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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업체 대리점, 동네슈퍼에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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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박정
jp@tbc.co.kr
2018년 12월 28일

[ANC]
야무진기자 순섭니다.

몇 년 전 대리점에 물량을 떠넘긴
대기업의 횡포가 지탄을 받았는데요.

그 여파로 대리점의 판매 목표량과
마진율을 관리하던 관행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리점이
동네 슈퍼에 물품 가격과 공급을 놓고
갑질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정 기잡니다.

[REP]
대구 남구의 한 슈퍼.

세제며 치약 등 생활용품
매대가 눈에 띄게 썰렁합니다.

대기업의 지역 대리점이
제품 공급을 일방적으로
끊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8월 대리점이 발행한
매출 전표를 살펴봤습니다.

신규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급 단가가 인상됐는데,

<CG>주방세제가
5천7백 원에서 6천3백 원,
드럼용 세제가 7천9백 원에서
8천8백 원으로 각각 10%씩 올랐고,

일부 항목은 30%에서 최대 50% 넘게
인상됐습니다.</>

다른 가게에 공급된 평균 가격보다
훨씬 비싼 수준입니다.

<A씨/슈퍼 업주>
"1년도 안 돼서, 6개월 만에 다시 인상이 15%, 20%씩 되니까 그런 부분을 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요. (대리점에) 물어보니까 담합은 아니고, 같이 모여서 가격 얘기를 한 번 했다.. 그런 증언을 제가 직접 들었습니다."

해당 대리점은
거래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다른 대리점과 계약을 하라는 입장입니다.

<B씨/해당 슈퍼 거래 대리점주>
"(조건이 안 맞으면) 우리는 거래 안 한다고 하죠. 다른 대리점 물품 받아 쓰시라고.. 자기가 팔고 싶은 거 아무 거나 팔고, 아무 데나 가서 사면 돼요. 나랑 거래 안 해도 되고.."

그런데 현실은 딴판입니다.

반품 처리 등 사후 변제를 받으려면
공식 대리점과 거래를 해야 하는데,
동네 슈퍼가 대리점을 바꾸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대리점마다 각자의 영업 구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역의 또 다른 슈퍼는
인근 다른 대리점에 물품 공급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습니다.

<C씨/슈퍼 업주>
"(다른 대리점에) 납품 가능하냐고 하니까 '그러면 우리 영업권이 박탈되니까 힘들다'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이 업체를 불러야 되죠."

가격 폭리와 공급 중단을 무기로
갑질과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대리점의 횡포에
동네 슈퍼들이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겁니다.

<백수범/변호사>
"전속적인 판매 구역 할당을 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대리점들 간에 합의에 의한 것이든, 또는 본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든 공정한 경쟁을 제한해서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또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큽니다."

대기업은 대리점에게,
대리점은 다시 동네 슈퍼에게,

갑질 횡포가 꼬리를 물면서
유통 구조의 최말단에 있는
동네 슈퍼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습니다.
TBC 박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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