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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농축협 거액 대출' 인천 상가 가 보니...건물 '텅텅'
남효주 기자 사진
남효주 기자 (hyoju3333@tbc.co.kr)
2025년 03월 05일 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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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로 지역 농축협 12개 조합이 지난해 적자를 냈다는 소식, 집중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렇게 많은 조합이 적자가 본 건 외환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 탓도 있지만 이자 수익을 보고 조합들이 무분별하게 부동산 대출에 뛰어든 결과라는 지적인데요.

실제 지역 8개 조합이 인천의 한 상가 건물을 담보로 해당 사업자에 185억 원을 대출했는데 취재진이 현장을 가 보니 5년째 방치된 이른바 '유령 상가'였습니다.

남효주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기자]
인천항에 자리 잡은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축구장 4개 크기에 4개 동, 802개 점포로 구성된 초대형 수산물 유통 상가입니다.

지난 2020년 사용 승인이 났지만 5년째 대부분 상가가 빈 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한 개 동은 아예 장사 시작도 못해 수도계량기가 '0'에 멈췄고, 그나마 가게가 있던 곳도 영업을 중단해 수조에 먼지만 쌓이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직접 와보니까요, 건물은 불이 꺼진 채 폐허처럼 변해 있고, 장사를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한 상가 자리에는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버려진 전자제품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이렇게 '유령 상가'로 전락한 건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입니다.

수산물타운으로 지어졌지만 건물 사용 승인 후 1년 가까이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 발길도 끊기면서 점포 임대도 실패했습니다.

[서희성 /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점포 수분양자]
"(지금)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고요. 현재 운영을 A동, B동을 했다가 B동도 무너지고, 지금 A동 자체도 무너져있는 상태기 때문에. 아예 초토화된 유령(건물)...아무도 돌아다니지 않고, 인적이 없으니까요."

이 건물을 담보로 대구.경북 농축협 8곳이 빌려준 돈은 모두 185억 원, 대출이 시행된 건 2020년 6월입니다.

건물 사용 승인이 난 후로 한창 공사 문제가 불거진 때인데, 대출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입니다.

당시 8개 농축협 대출 사무를 맡은 지역 한 농협은 대출 전 현장 답사까지 했지만 공사 문제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또 수산물타운 분양 업체가 점포 임대 수익률을 부풀려 공정거래위원회 경고를 받은 것도 금시초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대출 농협 관계자]
"그런 부분은 사실 들은 적은 없고요. 호실 별로 담보를 한 것이기 때문에 해수가 잘 나온다, 안 나온다는 저희 물건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마 저희들은 거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해당 상가 연체 현황을 보니 지역 농축협을 포함해 30여 개 상호금융에서 돈을 빌려줬지만 수도권 지역 농축협은 3곳뿐이고 인천 지역은 1곳도 없습니다.

정작 해당 지역 조합들은 큰 관심이 없었고 현지 사정에 어두운 대구.경북의 농축협들이 거액을 빌려준 셈인데, 이는 곧장 부실로 이어졌습니다.

2022년 수산물타운 분양업체의 감사 보고서를 보면, '회사 유동 부채가 당좌 자산을 초과한다'며 '계속 기업으로 존속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감사 의견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수산물타운에 돈을 빌려준 지역 8개 농축협 가운데 2곳은 헐값에 채권을 정리했고 다른 2곳도 최근 대출금 60억 원에 대해 손실 예상을 공시했습니다.

TBC 남효주입니다. (영상취재 - 김도윤, CG - 최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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