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시가 추진해 온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1년여 만에 중단 기로에 놓였습니다.
사업을 밀어붙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사퇴한 데다 기념사업을 추진해야 할 위원회도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여기에 시민단체의 기념사업 조례안 폐지 주민 청구가 받아들여져 시의회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
김용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조례안 심사부터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적인 사업 추진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던 대구시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김대현 /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2024년 4월 26일)
"세상에, 의회에 의안 제출했다고 공론화 시작이라고 하는 그런 궤변이 어디 있습니까.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예요?"]
겉으로 요란만 떨었을 뿐 조례 제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2024년 5월 2일)"재석위원 32명 중 찬성 30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의사일정 제10항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 석 달 만에 동대구역 광장에는 대형 표지판이 설치됐고, 지난해 말에는 비상계엄 사태 속에 4억 8천 만 원을 들여 3미터 높이의 박정희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홍준표/전 대구시장(2024년 12월 23일 "요즘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까 저 사람들이 또 기승을 부리는 거예요. 신경 쓸 거 없어요.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해나가야 됩니다."]
대구시의 기념사업은 홍 전 시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습니다.
조례 제정과 함께 출범한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대표도서관 동상 건립을 잠정 보류한 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민단체의 기념사업 조례안 폐지 주민 청구가 받아들여져 다음 달 열리는 시의회 정례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시민단체는 동대구역 광장 동상 철거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강금수/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동상이 서 있는 것은 도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퇴행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하루라도 빨리 철거를 하고 대구 미래를 향한 정책을 만들어야 되죠."]
주민 조례 청구에 대해 시의회는 1년 안에 상임위와 본회의를 거쳐 심의, 의결해야 하는데 해당 상임위는 대선 이후 정국 변화를 지켜보며 판단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밀어붙이기식 행정 논란에 때아닌 지역 사회 갈등과 이념 대립을 불러온 대구시의 박정희 기념사업은 결국 조례 제정 1년여 만에 존폐 기로에 서 있습니다.
TBC 김용우입니다.(영상취재 고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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