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흘 전(13일) 포항 지진 위자료 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왔죠.
시민 1인당 최고 3백만 원씩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로 뒤집힌 건데요.
관련 소송에 49만 명, 포항 시민 대부분이 참여했는데 지역사회 반발이 거셉니다.
어떤 점이 논란인지 박철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포항 지진 발생 11개월 전인 2016년 12월 18일,
지열발전 현장과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규모 1.3 미소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사업 주체인 넥스지오 컨소시엄이 두 번째 지하 물 주입 작업을 끝낸 날이었습니다.
다음날 새벽엔 0.6, 나흘 뒤엔 2.2, 29일엔 2.3의 지진이 이어졌습니다.
물 주입, 그러니까 수리 자극 시작 전 5년간 반경 15킬로미터 이내 지진이 규모 1.6 1건뿐이었던 걸 감안하면 잇따른 지진이 이 작업과 관련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2.0 이상 지진은 위험 관리 최고 등급인 적색 단계지만 산업부와 포항시에 알려야 하는 매뉴얼은 무시됐고 오히려 며칠 뒤 관련 기준이 2.5 이상으로 완화되고 포항시는 통보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이듬해 4월 3차 수리 자극 직후 규모 3.1과 2.0 지진까지 이어졌지만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이렇다할 조치 대신 사업 기간을 연장해 4차와 5차 물 주입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주민 대표 기관인 포항시는 지진 위험을 까맣게 몰랐고 결국 11월부터는 규모 5.4 지진과 100여 차례 여진 속에 포항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규모 3.4 지진 직후 지열발전을 영구 중단한 2009년 스위스 바젤과는 정반대 사례로 남았습니다.
[양만재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 부위원장
“바젤과 비슷한 3.1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은 (사업을) 멈추고 정밀 진단을 받아야 했던 거죠. 지진 전문가도 없는 위원회를 구성해서 (사업 계속 방안을) 통과시킨 것이 결국은 더 큰 지진을 불러일으키게 한...”]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으로 촉발됐다는 정부조사연구단 조사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지열 발전에 통상적으로 미소 진동이 발생하는 만큼 사업을 당연히 중단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 넥스지오가 지침대로 산업부와 포항시에 지진 발생을 알렸더라도 이들 기관이 구체적 지침을 주기 힘들었고 지진 촉발과의 상관관계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넥스지오의 지진 위험 관리 방안은 해외 사례 등에 비춰 부실하지 않았고 정부 관리 감독에 배상할 만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감사원이 지적한 20건의 위법.부당 행위는 지진과의 인과 관계가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들은 피해자 권리 구제가 완전히 무시됐다며 지난 2월 교체된 2심 재판부가 5년 넘게 이어진 1심 재판의 방대한 자료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의장 “건별로 지진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면서 그 관계만을 주장하면서 책임 없다 이렇게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날벼락 같은 지진에 보금자리가 무너지고 수많은 여진으로 잠 못 들었던 포항 시민들, 7년 넘도록 정부 공식 사과는 받지 못했고 이젠 상고심에서 정부의 명백한 과실을 입증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명수 CG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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