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괴물산불이 집어삼킨 경북 지역 산골마을에 비상소화장치가 크게 부족하다는 내용 전해드렸죠.
정부와 경북도가 뒤늦게 예산을 확보해 경북지역 대규모 비상소화장치 설치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큰 일을 겪고 나서야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뒷북 행정,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정진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청도군 풍각면의 한 산골 마을입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고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민가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초기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비상소화장치도 없다보니 고령의 농민들은 산불이 날 때마다 불안에 떨 수 밖에 없습니다.
[임윤호 / 청도군 농민 "봄철 되면 한번씩 나고 (아직까지) 크게 안 나고 조그마하게 나고 그랬어요. 상수도까지는 이게 연결이 안 됐고...(소화장치가)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좋지 뭐"]
"이곳은 올해 말까지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할 예정지 중 한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산들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고 현재 민가 50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경북소방본부는 도내 산림인접마을 654곳에 예산 50억원을 들여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할 방침입니다.
이 가운데 국비가 25억원으로 올해 소방청이 확보한 비상소화장치 설치 예산의 절반에 이릅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 "시군별로 수요 조사할 걸 기준으로 하고 수요 조사 차이가 크지 않다 하면 그대로 하는데.. 산림이 좀 많은 지역들에 우선순위를 좀 줄 수도 있고..."]
이번에도 산불 피해를 겪어야만 예산이 뒤따랐습니다.
이른바 괴물 산불이 나기 전만 해도 경북 지역은 비상소화장치 단 30개소만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산불 이후 설치 대상이 20배 넘게 급증한 겁니다.
2022년 울진산불도 마찬가지, 산불 이후 2022년 71개소, 2023년 230개소가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설치됐지만 2024년 예산은 뚝 끊겼습니다.
[ 서재철 / 녹색연합 연구위원 "예산 부분은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가장 우선해서 집행돼야 되기 때문에 다른 SOC인프라를 몇 년 뒤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이 예산을 확보해서 가는 게 가장 시급한 접근이다. 우리가 선택 판단을 못한다면 이번 경북 산불의 상처를 통해서 얻은 교훈들을 제대로 아로새기는 것이 아니겠죠." ]
대구 역시 산림인접마을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는 단 1곳 뿐인데, 대구시는 함지산 산불 이후 60여개 설치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TBC 정진명입니다 (영상취재 노태희 CG 김세윤)
■ 제보하기
▷ 전화 : 053-760-2000 / 010-9700-5656
▷ 이메일 : tbcjebo@tbc.co.kr
▷ 뉴스홈페이지 : www.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