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날씨
사라진 '항일 숲'...환경평가는 종잇조각
박철희 기자 사진
박철희 기자 (PCH@tbc.co.kr)
2026년 02월 26일 21:01:11
공유하기
[앵커]
항일 의병장 신돌석 장군이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영덕의 수백년 된 마을 숲이 하천 공사 도중 파괴됐다고 얼마 전 전해드렸는데요.

알고보니 노거수 보전 대책을 담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종잇조각에 불과했습니다.

주민들은 물론 시공업체조차 이 내용을 까맣게 몰랐고 보전 예산 책정도 엉터리였습니다.

박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영덕 상원마을을 수백 년 지킨 번계숲이 온데간데 없습니다.

꺾이고 부러지고 뿌리째 뽑혀 드러누운 노거수들,

지난 달(1월) 말 축산천 재해예방공사 도중 훼손된 겁니다.

굵은 건 밑동 둘레가 4미터를 넘고 수령도 최대 4백 년에 이른다는 게 주민들 이야기입니다.

당초 사업 기관인 경북도가 환경청과 협의했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내용은 딴판이었습니다.

상류 쪽 1그루와 훼손 현장의 6그루 등 대형목 7그루를 이식해 보존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작업 현장에서는 이식할 나무가 있는지도 까맣게 몰랐습니다.

[김성욱 / 경북도 수자원관리과 "이식 계획 부분을 현장에서는 그 구간이 아닌 타 구간이라고 인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

주민들도 금시초문입니다.

경북도는 실시설계를 마친 재작년(2024년) 주민 설명회를 열었지만 아무 설명이 없었던 탓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이 규정한 기본 원칙은 지역 주민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을 하고 평가 결과도 제대로 알리는 겁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1906년 신돌석 장군이 일제에 맞서 의병 훈련을 시작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한 만큼 아예 이식 자체에 반대했을 거라는 게 주민들 이야기입니다.

[이경식 / 영덕군 상원리 이장 “그런 정보가 주어진 바가 없어서 당연히 이 나무들은 보존되는 걸로 주민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대형 중장비로 이렇게 훼손된 걸 보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경북도는 어디로 어떻게 옮길지 뚜렷한 계획 없이 최대 직경 1.4미터에 이르는 대형목 7그루의 이식 예산 550만 원만 반영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루 당 평균 78만 원꼴로 턱없는 액수입니다.

LH의 지난해(2025년) 공사비 산정 기준 자료를 보면 이보다 훨씬 작은 직경 60센티미터 나무 이식 비용이 318만 원입니다.

[조경업계 관계자 “대형 크레인이 들어오고 세미 트레일러 같은 다른 이식 이동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런 걸 감안했을 때 작업도 하루이틀 정도는 걸릴 것 같고요. 그렇게 되면 (그루당 최대) 거의 1천만 원 가까이...” ]

수백 년 그 자리에 있었던 거목들을 굳이 옮겨야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김용식 / 영남대 명예교수(조경학),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 “(영상으로 볼 때) 그 정도 자라고 있는 (훼손 전) 상태는 하천 관리 상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재해 예방을 내세운 마구잡이 공사 속에 주민 의사는 철저히 무시됐고 지역의 역사와 생태는 졸지에 사라지게 됐습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명수 CG 김세윤)

■ 제보하기
▷ 전화 : 053-760-2000 / 010-9700-5656
▷ 이메일 : tbcjebo@tbc.co.kr
▷ 뉴스홈페이지 : www.tbc.co.kr

주요 뉴스

최신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