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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가 빚은 푸른 세상 '상형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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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기자 (PCH@tbc.co.kr)
2025년 05월 02일 20: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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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려청자 하면 상감청자 떠올리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동물과 식물, 사람 같은 다양한 형상을 빚은 상형청자라는 또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국내 대표 상형청자들이 경주로 첫 나들이를 왔습니다.

박철희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용의 머리와 물고기의 몸,

비늘과 지느러미를 보니 금세 물 위로 솟구칠 듯한 상상의 동물 어룡입니다.

꼬리를 열어 술과 차를 붓고 용의 입으로 따라 마시는 9백 년 전 주전자로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속을 들여다보니 0.9리터까지 담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불로장생의 복숭아를 받쳐든 넉넉한 얼굴, 도교에 나오는 서왕모를 표현한 듯한 이 청자 또한 주전자입니다.

1971년 대구 달성군의 과수원에서 출토됐는데 당대인들의 무병장수에 대한 기대를 담았습니다.

[윤서경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사 “고려의 문헌 기록에 도교와 관련된 내용이 많지 않은데 이 상형청자가 있음으로 해서 (고려인들의) 도교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절정에 달한 청자의 비색, 발톱을 세워 용맹함을 자랑하나 했더니 정작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옵니다.

사자의 벌린 입과 발 아래로 연기를 뿜어내던 향로입니다.

1123년 고려를 찾았던 중국 북송의 사신 서긍은 산예출향(狻猊出香), 사자가 뿜는 향조차 비색이라면서 위에는 짐승이 웅크렸고 아래엔 연꽃이 받쳤는데 가장 정교하고 빼어난 작품이라 극찬했습니다.

그릇에 형상을 더한 '상형청자', 1930년대 미술사학자 고유섭 선생이 붙인 이름입니다.

용과 오리, 원숭이에 참외와 석류, 죽순까지 현실과 상상의 동식물을 빚었고 대부분 실생활에 썼던 걸로 추정됩니다.

상형 토기와 동물 모양 그릇을 즐겨 만들었던 신라의 전통을 계승한 겁니다.

청자는 중국에서 받아들였지만 중국의 벽돌 가마 대신 진흙 가마로 종주국에선 볼 수 없던 오묘한 비색을 만들었고 강진과 부안의 질 좋은 흙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독창적인 상형청자를 구현했습니다.

내일(3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막하는 고려 상형청자 특별전에서는 국보 3점과 보물 7점 등 모두 97점의 상형청자가 선보입니다.

내로라 하는 명품 청자가 한꺼번에 경주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 “사실 상형이라는 것은 고려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려인들이 세상을 보고 그것들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 형상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한 그런 디자인의 묘미를, 오셔서 같이 감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상형청자에 삶과 예술, 그리고 믿음을 담았던 고려 사람들,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8월24일까지 이어집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도윤 CG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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