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3월부터 지역 교육현장에서 AI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됐는데요.
학생들과 교사들이 잘 적응하고 있을까요?
취재진이 현직 교사와 직접 AI교과서를 살펴봤더니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오류가 쏟아졌습니다.
안상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대구의 한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 함께 AI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봤습니다.
'가나다라'가 반복된 문장, 뭐가 반복된 지 규칙을 묻는 문제에 '가, 나, 다, 라'로 답을 작성하니 틀린 것으로 처리됩니다.
황당하게도 쉼표를 붙였다는 이유로 오답 처리가 된 겁니다.
[함송이/ 대구 초등학교 교사 "처음에는 그냥 교사 입장이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웃기다고 생각했고요. 교사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것은 학습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이고 학생에게 차마 부끄러워서."]
다문화 학생을 위한 외국어 번역 기능도 엉터리입니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을 묻는 문항, 보기를 영어로 번역했더니 '시'는 '시티(도시)'로, '초'는 '캔들(양초)'로 번역됩니다.
수학 계산은 일의 자리부터 계산한다고 배웠지만 AI교과서는 큰 자리부터 써야 정답으로 인식됩니다.
도입 초기라고 하지만, 적잖은 오류에 출판사 측은 아예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오류 내용을 접수하고 수정에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함송이/ 대구 초등학교 교사 "너무 급속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요. 검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미완성인 교과서를 과연 비싼 구독료를 내고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AI교과서가 오히려 학습 능률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일선 학교는 가정에서도 AI교과서를 활용한 자기 주도 학습을 권고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수정/ 대구교사노동조합 대변인 "자율학습이 된다고 보기에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풀고 나서 채점이 된다 쳐도 거기에 대해서 내가 틀린 부분에 대해서, 이런 것 때문에 틀린 거야, 이런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오류가 났어라고 얘기해 주는 게 하나도 없어요."]
지난 28일 발표한 교사노조 등 5개 단체의 현장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사 70% 이상이 AI 디지털교과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설문에 참여한 학부모 80% 이상은 AI디지털교과서가 학습 보조 교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대구 지역 AI 디지털교과서 채택률은 무려 98%,
전면 도입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진 것은 아닌지 교육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TBC 안상혁입니다.(영상취재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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