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경북 동해안 어업인들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에 초대형 산불이 겹쳐 올 들어 어획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탓입니다.
박철희 기자가 수산물 위판 현장에서 어업인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새벽 4시, 꼭두새벽부터 영덕 강구항은 불야성입니다.
환하게 불을 켠 어선들이 밤새 바다에서 건져 올린 고기들을 부두에 가득 늘어놓았습니다.
[최기석 / 정치망 어선 선장 ”만족할 만큼 잡혔습니까?“ ”만족이 있겠습니까. 그냥 용왕님이 주시는 대로 받아들여야죠. 욕심은 금물입니다.“]
요즘은 고등어와 봄 방어가 제철입니다.
과거 남해에서 주로 잡혔던 어종들입니다.
[김근덕 / 영덕 강구수협 판매과장 "봄 방어가 올라와서 양식장에 다 들어가거든요, 활어차가 대기해 있는 게 외지로 나가는 거. 시기상 좀 늦지만 그래도 조금은 올라오고 있습니다."]
파란 양동이 가득 활어를 놓고 경매사와 중도매인이 마주했습니다.
[현장음 ”돌돔 한 마리입니다. 자, 돌돔 한 마리, 돌돔 한 마리.“]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입찰 가격, 중도매인들의 눈치 싸움은 눈 깜짝할 새 희비가 갈립니다.
[현장음 ”8만 6천 원, 200번 (중도매인 낙찰)“]
낙찰된 물고기들은 활어차로 향합니다.
싱싱한 수산물을 구하러 전국에서 찾은 이들에다,
지게차와 수레까지 오고 가면서 그야말로 북새통입니다.
이처럼 새벽 항구를 달구는 이들에게 바다는 삶이고 희망입니다.
[최기훈 / 김천시 신음동 식당 업주 "(밤) 12시까지 장사하고 1시에 (강구로) 출발해요. 지금 가면 (김천 도착이) 8시쯤 되거든요. 고기 내려놓고 수족관 물갈이하고 10시부터 장사해야 되니까..."]
하지만 최근 줄어든 어획량은 모두의 고민입니다.
[최기석 / 정치망 어선 선장 "제일 큰 걱정은 어획량이죠. 60%는 줄었다고 봐야죠."]
[김기철 / 중도매인 ”해마다 점점 줄고 있습니다."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직업을 바꿔야 할지 딴 거를 해야 할지.”]
실제 강구와 영덕북부 등 영덕군 양대 수협의 올 들어 지난달(5월)까지 위판량은 2,732톤, 1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위판량은 29.8%,
금액은 16.7% 각각 감소했습니다.
강구수협의 경우 대게와 붉은대게 위판액이 작년 대비 각각 8억 5천만 원과 5억 3천만 원 줄었고 가축 사료로 쓰이는 기타 어류는 4억 1천만 원, 오징어도 1억 2천만 원 감소했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지난 3월 초대형 산불 이후 관광객 감소가 영향을 준 걸로 보입니다.
난류성 어종인 방어도 어획량이 줄었지만, 작년 대비 단가가 2배로 올라 위판액이 대폭 상승했고 최근 대형 참다랑어가 잇따라 포획되면서 다랑어류 판매액도 지난해 3배인 1억 5천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수온 상승에 따른 동해안 어종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장비 현대화와 귀어 확대 정책 등 새로운 투자가 필요합니다.
[김성식/ 영덕 강구수협 조합장 “귀어 청년들에게 새로운 생활 안정의 희망을 줘야 하고 어업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기자재나 여러 가지 모든 혜택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령화에 지방 소멸까지 겹쳐 기로에 선 경북 동해안,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어업 활성화 대책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명수 CG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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