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제강점기 문화재 약탈꾼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빼돌린 다보탑 사리장엄구 보도, 어제 이 시간(며칠 전) 전해드렸는데요.
오구라가 소장했던 석조 유물 가운데 국보급 고려 석탑이 있었던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박철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북대 야외박물관 월파원에 고려시대 승탑 두 기가 자리했습니다.
구름 속에 용들이 꿈틀거리는 연화운룡장식 승탑과 앙증맞은 사자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담은 사자주악장식 승탑으로 모두 국가 지정 보물입니다.
박물관 로비의 통일신라 비로자나불상까지,
공통점은 대구 중구 동문동의 오구라 다케노스케 저택 마당에 있던 것들입니다.
오구라는 일제강점기 불법적으로 모은 석조 유물 대부분을 패망 이후 가져가지 못했고 1958년 남아 있던 39점이 경북대로 옮겨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빠진 게 있었습니다.
최근 박천수 경북대박물관장이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 연구사업으로 성균관대가 소장한 유리건판 사진을 분석한 결과 오구라 소장품 가운데 고려 석탑과 승탑 1기씩이 더 있었던 걸 새롭게 알아냈습니다.
일제강점기 총독부박물관장을 지낸 후지타 료사쿠가 1936년 오구라 저택 등을 찍은 사진들인데 다만 두 문화유산이 저택에 있던 건지 다른 곳에 있던 오구라 소장품인지 추가적인 파악이 필요합니다.
고려 석탑은 북한의 국보인 개성 흥국사탑과 닮은 모습인데 조형미가 더 뛰어나고 보존 상태도 훨씬 좋았던 걸로 추정됩니다.
[박천수 / 경북대박물관장 "(원 소재지 북한에 있었다면) 그것은 당연히 북한의 국보로 지정됐을 탑이었다고 생각되고요. 오구라의 문화재 도굴 행위가 평양, 그리고 개성, 정말 그 당시 조선 전역에 걸쳐서 이뤄졌다는 걸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오구라가 일제 패망 전에 미리 해체해 고국으로 반출했거나 이후에도 저택 등에 남아 있다 제3자가 빼돌렸거나 파괴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윤용진 / 경북대 명예교수(고고학) "(해방 이후) 일본 사람들이 가고 난 뒤에 호젓하니 피란 간 하여튼 그런 동네가 돼 있었어. (오구라 집에) 문화재가 있었다 하는 건 내가 여기(문화유산에) 관심 두고 난 뒤에 한국전쟁 후에 그 집이 오구라 집이다 하는 걸 알게 됐고...“]
오구라가 살던 집은 한국전쟁 이후 국군 방첩대 사무실로 쓰였는데 1958년까지 남아 있던 석조 유물들이 모두 경북대로 옮겨진 만큼 그 이전에 사라진 게 확실합니다.
오구라가 자행한 침탈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은 가운데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이라도 소중한 문화유산의 행방을 찾는 작업이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이상호 CG 김세현)
■ 제보하기
▷ 전화 : 053-760-2000 / 010-9700-5656
▷ 이메일 : tbcjebo@tbc.co.kr
▷ 뉴스홈페이지 : www.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