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월대보름이던 어젯밤(12일) 청도에서 특별한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숯의 화가'로 알려진 이배 작가가 지난 1년 동안 공들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건데요.
노 작가의 열정으로 탄생한 이른바 '대지 예술'이 세상에 없는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문화문화인) 권준범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월대보름 해 질 녘의 청도천 하중도.
1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섬이 하얀색 천으로 뒤덮였습니다.
뱀처럼 꿈틀대는 붓질은 천의 끝과 끝을 관통했습니다.
이제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을 시간입니다.
["3, 2, 1!"]
여기저기서 솟구치는 불꽃들, 하얀 연기가 하늘을 뒤덮더니 섬 전체가 시뻘건 불길에 휩싸입니다.
이승을 저버린 육신이 한 줌의 재가 되듯, 모두의 소망과 염원, 그리고, 묵은 액운이 눈앞에서 아득해져 갑니다.
'숯의 화가' 이배, 그의 고향 청도에서 시작돼 청도에서 마무리된 '달집태우기' 프로젝트입니다.
[이배/작가 "올해가 특별히 이 뱀의 해라서 그림이 좀 이렇게 긴 선으로 된 그림을 여기에 전시를 했고 또 하나는 베니스와 청도를 한국을 연결하는 어떤 하나의 긴 여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달집태우기' 프로젝트는 1년이란 시간이 꼬박 걸렸습니다.
지난해 정월대보름, 청도에서 달집을 태워 만든 숯과 먹으로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연계 부대행사를 가득 채운 일흔의 노 작가는 전시 작품과 함께 전 세계 사람들이 적은 소원 종이를 끌어모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모조리 불태워야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배/작가 "제 작품은 근본적으로 어떤 하나의 순환에 관계되는 것입니다. 제 작품을 (이탈리아) 베니스에 가서 전시하고 갖고 와서 여기에서 정월 대보름에 작품을 태움으로써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입니다.)"
고향 청도에서 냉이처럼 자랐다는 '숯의 화가'가 모든 것을 불태우고, 청도천 푸른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TBC 권준범입니다. (영상취재 김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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