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좋은 남매

  • 이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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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27 00:10
명절을 앞두고 외삼촌께서 쌀 한 가마니를 보내 주셨다.  
그 누구에게라도 뭔가를 받고 가만히 계시지 못하는 엄마는 우리 먹을 가래떡을 빼는 김에, 외삼촌께도 설 인사 겸 답례로 보내드렸다.
선물을 대신해 가래떡을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보내는 것은 엄마의 명절 연례 행사 중 하나이다.
설을 쉰 다음 날은 항상 외삼촌께서 우리집에 오신다.
외숙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명절 다음날 혼자 계신 외삼촌을 엄마는 항상 안타까워하셨다.
외사촌 오빠도 처가에 가기 때문에 명절 다음날이 항상 신경 쓰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부모님과 외삼촌은 옛날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로 하루 온종일 시간을 같이 보내셨다.
밤늦게 돌아가시는 외삼촌을 위해, 엄마는 반찬과 고기, 강정, 사탕 등 간식거리까지 한아름 싸서 보내셨다.
집까지 외삼촌을 차로 모셔다 드렸더니, 기어이 내 손을 붙잡고 외삼촌께서 쌀 한 가마니를 차에 실어 주셨다.
지난번에도 주셨는데, 또 받아가면 엄마한테 혼난다고 말씀드려도, 기어이 실어 주신다.
쌀 가마니를 싣고 오면서, 문득 옛날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게 바로 그 의좋은 형제가 쌀가마니를 몰래 가져다주던 이야기의 현실판이 아닌가?
엄마가 힘들 때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시는 외삼촌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 혼자서 삼시세끼를 해결하시는 외삼촌을, 엄마는 늘 안타까워하신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또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엄마와 외삼촌은 그렇게 남매인가 보다. 서로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세배 드리면서 ”건강하세요“라고 인사드렸는데, 정말이지 어른들 모두 편찮으신데 없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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