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아파트 재활용보관소 앞에 놓인 1인용 독서실 책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생각보다 깨끗하고 튼튼해 보였습니다. 아이들 방에 있는 책상은 왠지 불편하고 어색해 내 책상을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저는 끙끙대며 책상을 옮겨와 서랍장 옆 창가에 놓았습니다. 구석구석 닦고 의자를 가져와 앉아 보니 절로 웃음이 나더군요. 책상에 달린 선반에는 탁상용 달력을 두고 책도 여러 권 꽂아 두었습니다. 스텐드와 연필통까지 셋팅 하고나니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그뿐인가요? 책상에 앉아 마시는 커피 맛은 제가 어떻게 표현할 수 가 없네요.
뒤 늦게 퇴근한 아내가 책상을 보더니 어디서 이런 레트로 풍기는 책상을 샀냐며 웃습니다.
불 꺼진 방에서 혼자 스텐드를 켜고 앉아 있으니 마치 학생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고, 작지만 나만의 공간이 이렇게 소중하구나 하는 것을 또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책상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부엌이 여자의 공간이라고 하잖아요. 이제야 그 느낌을 알 것만 같습니다.
비록 초라하고 비좁은 재활용 책상이지만 제게는 한없이 소중하고 감사한 책상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이 책상과 함께 하고 싶네요.

좋아좋아 – 일기예보
아메리카노 – 10cm
엔틱한게 좋아 - 커피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