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리폼

  • 이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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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21 17:14
제 아내는  수수하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헌 물건도 근사하게 리폼하는 재주를 가진 것 같습니다.
어제는 제가 쉬는 날이라서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컴퓨터책상을 사러 가기로 하고
저는  운동을 갔었습니다.
두시간 운동을 하고 집에 와 보니, 거실에 컴퓨터책상이 하나 있었어요.
\"언제, 컴퓨터책상 샀노? 같이 가기로 했으면서...\"
제가 물었더니 집사람이 그러더군요.
\"응, 아까 1층아줌마가 커피한잔 하러 오셨는데 말이지.....\"
1층 아줌마는 컴퓨터 책상을 버리고 싶어해서 자기가 달라고 했다더군요.
그길로 책상 길이를 재어 벽지집에 가서 시트지를 사서 발랐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에 파인 작은 홈들은 보였지만  새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제 감탄에 아내는 칭찬을  들은 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월급에  가계부를 요목조목 항목을 정해가며 쓰는 아내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결혼할 마음이 없는 아내에게 절대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결혼을 했고 정말 고생 안 시킬려고 했는데요.
그렇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마음고생 몸고생 많이 시킨 것 같습니다.

갚아야 할 대출금이 많이 있어서 참 미안합니다.
칼질하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못 데려가서 미안합니다.
그러고보니 3월 24일이 아내의 생일이 되는군요.
매직뮤직에서 축하해 주십시요.
매직뮤직을 방송하는 시간이 아홉시 뉴스와 겹치더군요.
제가 뉴스를 보면 아내는 부엌에 딸린 라디오로 매직뮤직을 듣더군요.
저도 아내의 리폼을 받으며 앞으로도 다정하게 살고 싶습니다.

신청곡:이승철...소녀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