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무!!

  • 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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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02 23:29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친구와 극적으로 연락이 되어서 어제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반갑기도 하고 오랫동안 못 본 친구이기에 때 빼고 광내고 한껏 멋을 내었지요.




그동안 입을일이 없던 정장에 핸드백과 삐딱 구두를 신고는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날씬해보이고 싶었던 욕심에 밥을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지 너무 배가 고픈거예요.




이대로 만났다가는 식신의 제 모습을 보여주겠구나~싶어서 우유라도 하나 사먹자!! 했어요.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니 그 흔한 편의점도 슈퍼도 없더라구요.




다만 어떤 건물지하에 00마트가 있어서 그곳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우유코너에서 우유를 고르고 있던 바로 그때 야채코너 아저씨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지금부터 선착순 3명! 무를 단돈 500원에 드립니다!!”




그런데 손님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아저씨는 다시 외쳤습니다.

“아주 맛있는 무입니다. 이거 사가시면 돈 버는 거예요. 단돈 500원!!”




역시나. 손님들은 아무도 사지 않았고. 아저씨는 굉장히 속상하셨나봐요.




살짝 울먹거리시면서 또 말씀하시더라구요

“제발 관심 좀 가져주세요..무 단돈 500원!!”




아.....그 울먹거림에 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저씨에게 하나 달라고 하였어요.

신난 아저씨가 무를 봉지에 담으시는데..




전 정말 그순간 저도 모르게




어머!! 아저씨!! 라고 소리를 치고 말았어요.




전 무가 500이면 그냥 대충 손바닥만한 크기일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건 저의 종아리와 맞먹는 진짜 커다란 무인겁니다!




신난 아저씨는




굉장히 크죠 크죠? 하시면서 돈 벌어가는거라고 말씀하시면서 신나게 봉지에 싸주시는데..




전 정말 이걸 들고 어떻게 친구를 만나야 하나...싶더라구여!




우선 제 핸드백에 넣었는데, 가로 35센치의 제 백에 들어가서도 이놈이 고개를 대놓고 내미는게 아니겠어요!




급한 마음에 우선 그놈의 고개를 팔로 가리고 친구와의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다 쳐다보더군요.

옷과 가방은 남들에게 기죽지 않는 정장인데. 그 곁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무라니요!

게다가 이놈이 무게는 또 얼마나 나가던지 어깨는 아파오고, 사람들 시선은 뜨겁고.




저멀리 친구가 다가오는게 보이는데...그친구 저에게 오자마자 안부도 안묻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머 얘! 이 무는 머니! 커다란 무 대회에 나갔던 무인거야??”




그 친구와 밥을 먹으러 간 식당의 종업원은 계속 제 가방과 무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가방을 메다가 그 무가 식탁위의 컵을 홈런을 날리는 것으로 친구와의 만남은 끝났습니다.




가방속에서 고개내밀고 세상구경하는 무와 함께 지하철로 귀가를 하던중에도 이 놈의 인기는 최고더군요.ㅋㅋ


신청곡은 비틀즈의 헤이주드 듣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