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랑해요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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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07 17:38
아침 8시 30분 초인종이 울렸죠
\'이 시간에 누구지..\'
전날 훈이 예방접종하고 밤새 보채서 잠을 제대로 못잔터라 머리도 엉망이고 비몽사몽 현관으로 향했는데 친정아버지더라구요.전화도 없이 오셔서 좀 놀랬죠. 자식이라도 전화는 좀 해주시고 오셨으면.. 했죠.
\"훈이는 잘잤나?\"
훈이보러 안방으로 가셔서는 잠깐 보시더니,
\"가보께, 엄마 내 여기 온거 모른다. \"
\"아빠는, 오늘 안그래도 친정에 갈라고 했더니.\"

2개월된 애기라 시름하고 있는 저는 따로 챙겨드릴것도 없어 찾아보던중 그렇게 아버지를 보냈습니다.
아무생각 없이 다시 잠을 청하고 점심이 지나서야 주섬주섬 챙겨서 친정에 갔습니다.

대문앞에 계시던 아버지는 여김없이 저를 반겨주십니다.
\"아빠 훈이 안아볼래요?\"
조심스럽게 훈이를 안고는 두다리를 모으신채 앉으셨습니다.토닥토닥 거리시며 훈이를 안아주시는데요.
그게, 뭐랄까요 가슴 미치게 시리고 아픈게, 그모습을 바라보는데 말입니다.눈물이 나는데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며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우리 아버지 훈이 안고 계신 그모습이 왜그리 야위었을까요.
마디 마디 굵어진 거친손은 훈이 얼굴을 쓰다듬으실때 더 안타까워보이고 공사판에서 그을린 검은 피부는 더더욱 검어 보였었죠.

2개월전 훈이를 낳고 친정에 와서 산후조리를 하면서
내 자식 너무 귀해서 아버지에게 다그친적 있었죠.
애기가 문닫는 소리에 놀래니까 안방문 갑자기 열지 말라고
가까이 오셔서 만져 보려고 하는데, 엄마는
\"손은 씻고 왔나? 어여 씻고 올쏘. \"
아버지 며칠 저랑 애기가 누워있는 안방에는 들어오지 않더군요.보고 싶어 하는 눈친데, 서운하셨는지 묻기만 묻더군요.철없이 뱉어 버린말이 아버지를 서운하게 했더라구요.
그래서 이젠 안고 싶으시면 안게 해드려야지 했는데, 그모습보고 죄송해서 울컥했었죠.

시집가던 날이 생각이 납니다.
늘 입버릇처럼 \"저거, 시집가면 내 많이 울낀데\" 하셨죠.
사실, 저라면 자다가다도 일어나 새벽같이 학교에 태워주고 직장에 태워주고 어떤 잔소리라도 제가 하면 알았다 하셨죠.
아침일찍 머리를 하고 드레스를 입고 긴장하며 신부대기실에 있을때 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역시 그날에 아빠를 생각하면서 울것같았지만 그때는 앞으로의 식순생각에 긴장되고축하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마냥 웃고 사진찍고 했으니까요.신부입장하는데 아버지가 제게 걸어오셨는데요. 얼마나 우셨을까. 눈이 퉁퉁 부어서는 상기된 모습으로 걸어오셨습니다. 도우미가
\"화장 흐트러지니 울지 마세요. 참으세요\"
자꾸만 눈물이 나려는데, 일단은 참았습니다. 같이 울면 안된다 싶어서요.
폐백을 하는데요.
\"자, 이제 권씨집안에 한며느리로서 딸 잘살라고 서로 잔을 따르세요\"
아버지께서 다시 눈물을 흘리시는데, 주루룩 주루룩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결혼을 하면서 딸도 자식이다 옆에 있으면 똑같지 그랬던 제생각이 아닌걸 알았습니다. 품에서 떠나보내는 것처럼 모든게 돌아갔으니까요.
\'꼭 옆에서 잘할꺼야. 두고봐\'
그렇게 다짐을 하고 신혼여행을 위해 서울로 가서는 호텔에서 전화를 드렸습니다.내일 멀리 떠난다고 아버지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 내 품에 있을때 잘해줄껄. 아빠가 네한테 많이 부족했제?\"
또 우시는 바람에 전화기를 잡고 같이 울었습니다.


힘든 공사현장일을 아직하고 계십니다.
마음같아선 당장 그일 관두라고 하고 싶은데
이젠 일을 안하면 이상하시다는 아버지,
아파도 돈 안벌면 어떡하냐며 휜 허리 통증 참아가며 일하시는 아버지.항상 죄송합니다.

제가 돈을 벌어보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겠고.
제가 자식을 낳아보니, 밤낮 우릴 위해 살아오신 아버지를 알겠습니다. 그래도 건강위해 술은 조금만 드세요.
서운하게 했거나, 못했던일은 다 잊어주세요.
나는 아버지가 좋습니다.
인정이 많은 아버지가 좋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아버지가 좋습니다.사랑해요 아버지. 행복한 일들 가득하게 효도할께요.

최정애010-7255-5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