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턱 빠진 이야기

  • 지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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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11 16:59
안녕하세요, 평소에는 그냥 듣기만 하다가 얼마 전 하도 황당한 일을 겪어서
다 같이 웃자고 이렇게 사연 보냅니다.

며칠 전 저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즐겁게 잘 놀고 헤어져 집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죠.
그런데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에 슬쩍 하품이 나서
입을 벌리다가 그만 턱이 턱 - 빠져버린 겁니다.

주위 사람들한테서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인데다가
한밤중이라 더 기가 막혔어요. 늦게 온 게 미안했지만
곤하게 자고 있는 신랑을 깨워 부랴부랴 응급실로 향했지요.
입도 못 다물고 웅얼거리며 아파하는데
그 와중에 잠에서 깬 제 딸과 아들은 마구 웃어대더군요.
너무 얄미웠지만 당사자인 저도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습니다.

비몽사몽인 신랑과 응급실로 가서 턱을 끼우고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땐
이미 새벽이었어요.
얼얼한 턱을 쓰다듬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세상에 -
잠든 지 1시간 만에 다시 턱이 빠진 거에요.
잠결에 하품한 죄밖에 없는데 말이에요.
간신히 잠든 신랑 또 깨워서 병원으로 갔죠.
이번에는 아예 턱 싸개를 해주더라구요. 앞으로 하품할 때 이쁘게 하라면서.

그 후로도 무심결에 크게 하품해놓고 움찔한 적이 많았어요.
이런 제 경험을 얘기했더니 이젠 친구들이 전화할 때마다 안부 인사로 묻네요.
니 턱 잘 있냐고.

다들 하품하실 때 조심히 하시기 바래요, 안 그럼 저처럼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