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이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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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08 18:53
안녕하세요.매직 뮤직 오랜만이네요.
태영님.저는 전에 성실하게 다니던 회사가 경영난으로 인해 직원들이 감원의 목적으로 하나 둘 떠나고 저는 여태것 월급도 제대로 챙겨받지 못하고 나오게 되었고
그 후 재취업을 위해 여러군데에 다시 이력서를 내고 있던 중
일단 시급한 돈이라도 쓰기 위해 이 여름에 에어컨 설치 보조 알바를 구했습니다. (일명 시다바리..)
에어컨 없는 곳에 에어컨 설치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안더군요.
이번 여름이 연일 찜통같은 폭염으로 땀으로
옷이 여러번 젖을 만큼 땀도 나고 그 덕에 땀띠도 나고 하지만
저는 육체적으로 힘든거야 시간이 지나면
적응 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하나 하나 배운다는 입장으로 열심히 알바를 했습니다.
그러던 제게 어느날 사장님이 "너 이(에어컨 설치) 기술이나 배울래?
한 건에 15만원에서 많게는 50까지 버는데 여름에만 한정 되어 있지만,
1년 죽어라 회사 다니면서 버는 것 보다 나을거 같은데~" 라고 하시길
원래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고, 지나온 제 시간들, 앞으로의 미래,
그리고 현재를 생각해보니 배운게 영업뿐인 제게 확실히 증명되는 것도 없고,
자격증도, 기술도 없이 사느니, 지금이라도 기술을 새로 배워
세상을 좀 더 즐겁게 살자 라고 정말 너무 힘들어 쓰러질지라도 배우자라고
다짐하며 제 인생 최대의 大 결정을 내리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께 기술 배우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하니 "나한테 기술 배우려면 담배 끊고, 머리 깍아라" 라고 하시더라고요.
담배는 어짜피 끊으려 했으니 잘 되었다고 생각했고, 머리도 깍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부터 잘해도 욕을 하고 -ㅅ-;;, 못해도 욕을 하더군요 -ㅅ-;;;;
알려주지 않았는데 모른다고 욕먹고 자존심 긁고.. 군대 보다 더 하더군요 -ㅅ-;;
소비자한테 받은 스트레스는 운전하면서 풀더라구요. 다른 차의 운전자들에게
욕을 해대는데 그것마저도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20분 이동시간이면 15분 욕을 퍼붓는 시간이죠.
그래도 참았습니다. 욕이야 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버리고 좋은 말만
들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엇그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수술을 해야해서
입원하셨는데 어머니한테도 중대한 약속이 있어서 보호자가 없으니 저보고
가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보호자가 없으면 수술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저도 어짜피 병원가서 치료 받을 일이
있어(일하다 무거운 것 오래들고 있어서 신경 눌림으로 왼쪽손가락 마비증세--
사장님 에게 말을 안해 모름)
오전에 병원을 가고 오후 1시에 있을 아버지 수술 보호자로 가야 겠다 생각 했습니다.
에어컨 설치 보조를 하면 병원 갈 시간도 주질 않으셔서 아버지 수술 겸 하루 일당 포기
하고 쉬려고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흔쾌히 "그럼 내일 쉬고 내일 모레 보자" 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후 다음날, 저도 병원가서 치료 받고 약도 받고 금방 나아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했으며 아버지에게 갔습니다. 정말 다행히 아버지 수술도
정말 잘 되었습니다.
저녁 때가 되니 사장님께서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아버지 수술 잘 댔냐 안부
물어보시려고 전화 하신 줄 알고, 경쾌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는데 대뜸 "나 술마셨다" 이러는 겁니다..
그러더니 하시는 말씀 "오늘 너 때문에 내가 일을 하나도 못하고, 공쳤다" -ㅅ-;;;;;;;;;;;;;;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죄송합니다.." 라고 했더니 "너가 죄송할 건 없고 내가 그동안 내 기준에
서 이래라 저래라 한 거, 시도 때도 없이 욕한거 미안하다." 이러는 겁니다 -ㅅ-;;;;
그러더니 하는 말 "오늘 하루 종일 생각 해보니까 걍 어제까지 한 걸로 하고 끝내자.
돈은 월 얼마로 정해놨지만 걍 어제까지 한걸로 계산해 줄게. 계좌번호 문자로 찍어라" =ㅅ= 뭥미;;;;;
기술 배우라고 담배 끊고 머리 깎으라고 하더니 이제는 아버지 수술 땜에 하루 쉰 거 때문에
그만 두라는게.. =ㅅ= 말이 되는 사항인지..;;;;
그 말 듣고 빨리 다른 일을 구하려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돌아다니는 도중에 알바구하는
사이트도 둘러보았는데!!!!!!!!
그 사장님은 분명 하루 종일 생각하고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라고 하셨는데..
어제 아침 9시에 떡하니 올려놨더라고요. 알바구한다고... -ㅅ-;;;;
참 어이가 상실 입니다요 -ㅅ- ;;;
아무리 뭐 같아도 즐겁게 내 일이다 생각하고 일한 곳에서 또 배신을 당하니..
충격입니다.. 정말 양심에 손을 얺고, 기술 하나 배워서 그동안 못드린 아버지 어머니 용
돈도 드리고 내년에 결혼을 약속한 와이프 될 사람, 언젠가 태어날 아이에게도 돈 때문
에 나빠질 상황이 없게끔 하고싶었고, 그 만큼 다짐하고 결정내린 것인데..
뭔가 홀린 기분이고, 가지고 놀았나 하는 생각 뿐입니다.
이런 저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선물도 내심 플리즈..
수고하세요..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