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빅)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 문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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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25 18:38
추수를 했으니,양식을 가져가라는 어머니에게서 전화를 받고
\"어머니, 이번 주에는 못가요.\"
라고 말씀드리기가 정말 죄송스러웠습니다.
올해 햅쌀에서는 상긋한 냄새가 난다며 소녀같이 흥분이 된 어머니는
이번 주라도 얼른 갖다먹으라 하셨지만
이번 주도 다음 주도 안되거든요.
미리 약속된 일들이 있어서 취소할 수가 없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엄마마음은 얼른 좋은 거 먹이고 싶은 건데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약속을 덜컥 잡았다 하는 생각에 마음만 짠해졌습니다.
올해는 어머니 아버님은 추수하는 기계를 부르고
정미소에 있는 기계를 이용해서 벼를 말렸답니다.
저는 부모님 몸이 그나마 덜 고되어서 잘하셨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게 참 슬펐어요.
어머니 아버님은 늘 두분이 손수 거두신 것을 자식들에게 먹이고 싶어하셨거든요.
마당에 자리를 펴서,햇볕에 며칠씩 벼를 말리고
집에 있는 기계로 방아를 찧고
그 공들인 것을 자식들에게 줄 분들이걸 아는 까닭에
기력이 예전같지 않은  부모님을 제가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귀한 양식을 서스럼없이 가져와 먹었는데, 올해는 저도
철이 들었나봅니다.
어머니 아버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