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진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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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6 10:04
애청자 은진님 반갑습니다. 조현진입니다.
은진님 사연을 보면서 저의 어릴 적 입시 때의 모습이 생각이 나네요. 저도 어릴 적 혼자 유학을 갔기에 그 준비기간의 상황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흥분에 앞서 끊임없는 불안감이 밀려오죠... 전 오디션과 입시에 대한 압박감과 불안감이 심해질 땐 팝과 가요를 들었었는데 은진님은 Debussy를 듣는다니 뼛속까지 클래식음악인 인가 봅니다~ ^^

신청하신 La plus que lente 불어로 무슨 뜻인지 알죠? \"느린 것보다 더.....\"  
Debussy가 의미했던 \'느린 것보다 더..\' 는 무슨 뜻이었을까요...그냥 더 더 느린 걸 의미했을까요,
아니면 느린데 더 여유 있는 느림을 의미했을까요?
전 Debussy가 \'느림\' 템포를 그대로 지키면서 그 안의 \'여유\' 를 표현하길 원했던 게 아닐까 싶은데요,
같은 템포 안에서 ‘여유’있게 치는 거랑 같은 템포 안에서 ‘조급하게’ 치는 게 어떤 차이점인지 잘 알죠?
음악에서 \'느림\' 과 \'여유\'는 다른 의미이듯이, 은진님이 지금 쉼 없이 준비하고 달려가는 \'빠름 \'속에서도 내면적, 음악적 \'여유\'를 함께 가질 수 있다면 전체적인 음악성도 훨씬 더 풍부해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지금은 학교 입시를 위해서만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여유\' 라는 단어가 사치스럽게 들릴 거예요.
하지만 은진님이 이것만은 기억해주길 바라요. \'여유\' 를 갖는다고 뒤처지는 게 아니에요.
저도 입시준비, 콩쿨준비, 극장 오디션준비, 연주준비 모두 다 그것만을 보고 빨리 조급하게만 가다가 주변에
놓친 것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그땐 그것들이 쓸모없는 것이라고만 느꼈었는데 지나고 보니 다 주옥같은 나의 음악성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삶의 부분들이었어요....

실패해도 자신을 믿고 그렇게 자신을 무조건 믿고 성큼성큼 나가며 \'여유\' 를 잃지 말고 음악을 대하면..
정말 음악이 나에게 좀 더 가까이 오는 순간이 와요...
많이 들어서 진부한 얘기 같겠지만, 결과에 대한 강박감 보다는 그 결과를 가지기 위해 자신이 노력해 나가는
그 과정에 가치를 둘 수 있기를 바라요..
이번 입시에 성공해도 지금의 노력이 제일 가치가 있고, 이번 입시에 실패해도 지금의 노력이 제일 가치가 있어요. 은진님의 음악 인생에서요..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흥분과 설렘과 함께 압박감과 불안감이 함께 하는 유학준비이지만 새로운 세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며 그 과정을 겪어내는 은진님의 미래에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