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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째 손놓은 '대구시사 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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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박철희
PCH@tbc.co.kr
2022년 01월 19일

[앵커멘트 DLP]
"도시는 기억으로 살아간다…”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 된 도시에 산다는 건
그만큼 기억할 게 많다는 뜻입니다.

삶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한 역사의 현장 위에
지금의 우리가 서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는 어떤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까?

다른 도시에 다 있는 시립박물관은커녕,
지역사를 기록할 인력과 조직도 없는….
시인의 말대로라면 대구는 지금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바로 대구의 역사책, 시사 편찬입니다.

1995년 시사 발간 직후 대구시의 무관심 속에
시사 편찬위원회가 해체됐고 지역사 연구와
조사 활동은 27년째 중단됐습니다.

박철희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1995년 발간된 대구시사,

지역 전문가 30명이 집필에 참여해
대구의 전체 역사 즉 통사와 분야별 역사를
모두 6권에 담았습니다.

중앙이 아닌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자료편까지 넣은 혁신적인 시사였지만
발간 3년 만에 시사 편찬위원회가 해체됐습니다.

그 뒤로 지금껏 문을 열지 못했고
27년 간 대구시의 역사 기록은 멈췄습니다.

<김약수/1995년 대구시사 발간 당시 편집위 간사>
"선거가 없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계속 존속합니다. 왜냐, 선거 때를 대비해서.
마찬가지로 시사편찬실은 계속해서 대구에 관련되는 지역의 자료집을 내야 됩니다, (자료를) 모으고...(이걸) 귀찮다고 안 해버리고..."

(CG시작)시대 변화와 연구 성과 반영은 고사하고 1995년 대구로 편입된 달성군과 2003년 U대회, 2011년 세계육상대회도 시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CG끝)

지역사 자료 수집과 사료 번역, 관련 연구는
대가 끊겼고 시사편찬위 이름으로 작은 책자 하나
나온 게 없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의뢰해 2019년부터 디지털 향토문화대전 발간을 준비하는 게 고작입니다.

<이상민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
"(디지털 향토문화대전 편찬이) 8월경에 마무리될 거 같은데 이게 끝나면 타 시도 사례들을 참고해서 앞으로의 시사편찬 방향 설정하고...”

(CG시작)시사편찬 조례는 있으나마납니다.

시장을 위원장으로 한 편찬위원회도, 상임위원과 연구원도 수십 년 째 공백입니다. (CG끝)

다른 시도는 대부분 편찬위원회를 상설 운영하고 전담조직과 인력을 두면서
역사 콘텐츠 발굴에 한창입니다.

(CG시작)인천시와 경기도는 팀 단위 독립조직을,
부산과 대전시, 강원도는 석.박사급
전담 공무원들을 따로 배치했습니다.

최근 5년간 40권 규모 서울 2천년사를 비롯해
강원도사와 경남도사가 잇따라 나왔고 화성과 김해시 등 기초단체들도 가세했습니다.(CG끝)

한동안 편찬 활동을 중단한 울산시도
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시사 발간에 나섰습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지난해 10월, 울산시사편찬위 출범식>
“역사를 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얼마나 조심스러운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울산의 과거를 잘 정리하고 조명해 주시고...”

(CG/T)부산은 연구논문집 '항도 부산'을 42호까지 발간했고 인천역사문화총서는 93호, 대전 문화는 30호까지 나오는 등 수십 년째 정기 간행물과 주제사 연구 서적을 내고 학술대회를 여는
곳도 많습니다.

대전시사편찬위는 6.25 당시 대전의 영상을
최근 발굴해 화제를 모았고, 충남도사를 편찬하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의병장 최익현 선생의 고문헌 2만여 점을 찾아내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시사편찬위원회가 없는 7대 도시는
대구와 광주뿐인데 그나마 광주는 전라남북도와 함께 전라도 천년사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약수/1995년 대구시사 발간 당시 편집위 간사>
"달성군이 빠진 상태의 대구시사인데 남들이 보면 웃을 일입니다. (필요성을 얘기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니 (대구시의) 직무유기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마땅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 광역시 시사편찬 담당자>
"우리나라 역사 자체가 중앙집권적으로 서술이 많이 되다 보니까 사료가 부족해서 지방의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특히 현대사 같은 경우에는 (자료 보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도..."

대구 역사는 대구가 아닌 다른 누구도 찾지 않지만 역사에 손 놓은 대구는 여전히 망각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TBC 박철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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