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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만에 바친 카네이션...유해 수습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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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안상혁
cross@tbc.co.kr
2024년 05월 08일

[앵커]
어버이날인 오늘(어제) 74년 만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린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6.25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끔찍하게 희생된
경산 민간인 학살 사건 유족들 이야기인데요,

부모님 가슴 대신 나무에 꽃을 단 이들
유족을 안상혁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탑입니다.

탑 주변에 자리한 1백여 그루 배롱나무,

떠나간 이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는
나무들로, 한그루 한그루마다 희생자와 유족의 이름을 새긴 팻말이 걸렸습니다.

생전에 달아드리지 못했던 붉은 카네이션,
74년을 지나 어버이의 가슴 대신
나무에 달아 드립니다.

[김분옥/ 유족]
"(아버지) 생각 잘 안 나요. 3살, 4살일 때여서. (카네이션 달아서) 좋아요. 이 꽃이라도 위로로 삼고 싶어요. "

보고 싶은 아버지,
어버이날 손편지를 써서 나무에 함께 거는 유족의
눈엔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정시종/ 유족]
"떠나신 지가 74년인데 처음 꽃을 바치는 거죠. 아버지 너무 그립다, 아버지는 나를 생각하고 있으신지."

1950년 6월에서 9월 사이 경산코발트 광산에서는
국민보도연맹원과 대구형무소 재소자 등
3천5백여 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희생됐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3년 간 광산에서 유해 420여 구를 발굴했고 지난해에는 14년 만에 포대에 담긴 유해 발굴이 재개돼
1천400여 점을 수습했습니다.

다음 달부터 발굴 조사가 추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부분 고령인 유족들은 유해 수습과 위령 사업에 속도를 더하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라고 말합니다.

[나정태 / 경산코발트광산 희생자 유족회장]
"1년에 최하 10분이 자꾸 돌아가시는데 한분이라도 살아있을 때 그 위령사업이라든지 유해발굴, DNA검사(를 해야 합니다). 모든 걸 하고 돌아가시는 거하고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가시는 거하고는 (다릅니다)."

학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유족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74년 만에 바친 카네이션이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된 어버이날이었습니다.
TBC 안상혁입니다.(영상취재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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