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 심상] 9월이 가기전에 끄적이는 나의 이야기..

  • 서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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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7 02:32
저는 삼남매중 둘째 딸로 태어나  부모님께 기대거나 손벌리기보단..독립적이고.. 조금은 억척스럽게 커왔습니다. 그런 제가 7년 전 , 결혼을 하면서 저희 시부모님을 만났습니다.

시부모님은.. 내리사랑을 아낌없이 주는 분들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결혼 후 항상 사랑과 지원을 아낌없이 주시는 시부모님을 보면서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아버님은 참 무뚝뚝한 경상도 분이셨는데
제가 결혼 후 함께 할 때마다 말씀은 별로없었지만 좋아하시는 모습이 보였어요. 며느리가 왔다고 잘 안하시던 외식도 하시고 안간다 하시면서도 가족 영화보러도 한번씩 가시고 한 푼도 아까워 못 쓰셨다던 아버님이 저와 손주들에게는 늘 용돈도 아끼지 않으셨어요.

큰 아이가 태어났을때 유모차를 선물해주시면서 \"할아버지가 앞으로 자전거는 꼭 사주꾸마.\" 하셨었지요.

그리고..   
작년, 저는 오래 쉬던 직장에 복직하면서 어머님께는 정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받고있어요.  
아침에 제가 출근하기 전부터 퇴근 시간까지 아이들 등하원과 먹이고 씻기는걸 다 해주시면서
집안 곳곳에 어머님의 사랑이 가득한데....
가녀린 몸으로 벅차실텐데.. 싫은 내색않으시는 어머님께.. 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살면서 시부모님께 나도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야지했는데....
표현에 인색하게 커온 탓에.. 늘 마음만 갖고 표현을 못했었네요.  


​ 그런데 올해 봄... 갑작스런 아버님의 암 선고에 슬퍼할 틈도 없이 너무나 급히 아버님을 하늘로 보내드려야했습니다. 돌아가시기 몇 일전쯤 조용히 저를 부르신 아버님... \"할애비가 자전거 사준다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지. 내가 타는걸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며 떨리는 손으로 자전거 사라며 용돈을 주십니다.  병과 싸우는 그 순간에도 자전거 약속이 생각 나셨나봅니다. 그게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그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늘... 어떻게든 며느리와 손주와 약속은 지키려하셨던 우리 아버님...지금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겠지요.

홀로 남은 어머님의 곁에서 더 많이 표현하고 아버님과 함께 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더 잘챙겨드려야지 하면서도... 못난 며느리 이 핑계 저 핑계로 표현없이 시간만 지나갑니다.

올 추석.... 아버님의 첫 차례였어요.

묵묵히 차례상을 준비하시던 어머님이 차례 지내기직전... 찬장에서 무언가 꺼내오셨어요.
\"이거... 네가 시집올 때 가져왔던거라 아끼고 있었는데...\"   하시면서 은수저 한 세트를 꺼내십니다.
7년 전... 결혼하면서 드렸던 며느리의 첫 선물이었는데....
그걸 아직까지 한번도 쓰지않고 아껴두고 계셨다네요. 첫 차례상에 은수저를 놓으며
눈물이 차오르고 목이 메었습니다.

늘 주시기만 하시고... 주신 사랑에 비해 제가 해드린게 너무 없네요...
죄송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요.  

9월29일은 저의 생일이예요.  
전 결혼하고서 어머님께 빠짐 없이 매년 생일 축하를 받고 있네요.
\"내가 다른건 몰라도 며느리 생일은 축하해야지.내 며느리가 되어줘서 고맙다. \"하시는 울 어머님..
오늘  퇴근길에는 어머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겠어요.

제 마음. 꼭 음악으로 전해주신다면 제가 조금 더 용기가 날 것 같아요. 멀리 아버님께도 전해질 수 있게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