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나도 엘레강스하고 뷰티풀하고 싶어유.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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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14 13:10

처음 올려보네요. 공DJ님.

주말 남편 고향 친구 부부와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예약해 두었다길래 간만에 화장하고, 구두 신고 나갔습니다

사실 제가 제 입으로 이런말 하긴 그렇지만...

누구누구 그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까지만해도 제가 남편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장 괜찮은 친구부인으로 통했거든요.

나이도 어린데, 똑똑하고, 게다가 교양까지 철철 넘친다고..

물론 컨셉이고, 설정이었지만, 그런말 들어서 기분 나쁜 여자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가끔이지만 친구들 모임자리에서는 전 그동안 귀동냥으로 들은 모든

교양을 줄줄 흘려가며 제 자존심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란이엄마를 딱 보는 순간 모든 친구들의 마음이 바뀌더군요.

란이엄마는 천상 여자였습니다.

섬섬옥수에, 긴 생머리. 갸날픈 몸매에 부드러운 말씨..

손끝 발끝에서 교양이 절로 넘쳐나고, 애교가 흘러내렸습니다.

저의 컨셉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지요.

그 때문에 저는 찌그러져 버렸지만요.

어쩌다 모임에 갈때면 모두 저를 향해 "제수씨 여전하시네요 아름다우십니다"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란이 엄마를 보면 받들어총을 하니..

여자로써 질투...시기...나더군요.

그래서 어느땐 거짓말하고 안 나갈때도 있었어요.

저는 이번이 기회다 싶어 최대한 엘레강스하고, 뷰리풀하게 나갔습니다.

그리고 먹을때에도 아주 우아하게 왼손에 포오크 오른손에 나이프를 들고

고상을 떨었습니다.

완샷을 해도 부족할 와인도 코로 한번, 입술로 한번 음미를 하며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일곱살 딸내미와 다섯살 우리애가 서로 더 많이 먹겠다고 싸우는것이

아니겠습니까?

태어나 처음 먹어본거라며 없는티 팍팍 내며 먹는 큰 아이에

남한테 지고는 못 사는 이상한 성격의 작은 아이는 고기를 마셨습니다.

저는 우아하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야지..고기를 그렇게 먹으면 체하잖니?"

"싫어 싫어. 내가 더 많이 먹을꺼야?"

그러다 기어이 작은 녀석 눈물꼭지가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전 고상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울면 안되지? 울면 저 아저씨 모라한대이.그만 뚝!!"

물론,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란이엄마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채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닭모이만큼 넣어서 오십번도 더 씹더군요.

그런데 이 엄마의 마음을 전혀 몰라주는 아이들은 여전히 울고 불고 난리였습니다.

저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더군요.

그러다 큰 녀석이 스테이크 소스를 제 옷에 확 엎었을때

전 이렇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뭐여? 엉? 니 집에 가서 뒤졌어!!"

아~~~~~

순간 제 몸을 관통하는 이 따가운 시선...

정아 엄마의 입속을 처음으로 구경할수가 있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저기....제가 원래는 안 그렇거든요."

남은 식사 시간 끔찍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는데, 다음에 시간되면 또 보자는 말..차마 못 하겠더군요.

역시...우아와 고상은 억지로 되는게 아닌가봐요.

그래도 란이엄마한테 이 말은 꼭 하고 싶네요.

"내가 말은 거칠어도 마음은 부드러운 여자라우!! 종종 얼굴 봅시다 잉"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싶어요 ㅠ.ㅠ !!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