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전화

  • 최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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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10 23:18
예전, 지금으로 부터 근 20여년전
전화로 장난치는 일이 많았었쟎아요
저 또한 예외가 아니었어요
친구집에 전화걸어 어머님이 받으시면 방송국이라 그러고
노래 부르시면 선물 보내드린다며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를 열창하게 했고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선
전화번호부책에서 아무 다방에다 전화를 걸어
"여보세요? 거기 손님중에  이 구 석 씨 계시면 좀 부탁합니다"
"안계신다고요? 그러면 저 구 석 씨 부탁합니다"
또는 " 주 전 자 씨 좀 부탁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그땐 왜그렇게 재미있었는지...

결혼생활14년차에 두아이의 엄마인 지금
그때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그러네요
이젠 추억속의 장난이 되어버린 그런 장난전화를 얼마전에 제가 또 저질러버렸잖아요
들어보실래요?

지난주말 시댁에 김장하러 갔어요
점심 준비해서 막 숟가락을 들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리는 거예요
시어머님께서 반점인줄 알고 오는 전화일테니 받지 마라시는 거예요
반점 전화번호는 933-8266
시댁전화번호는 932-8266 이거든요

점심시간 전후해서 오는 전화는 대부분 짜장면 주문 전화라네요
왕년의 장난전화 대가답게 스을슬 장난끼가 발동하데요
"네, 여보세요?"
"거기 반점이지요? 여기 정자나무 밑인데 짬뽕 3그릇 쫌 갖다 주이소"
"짬뽕 3그릇요? 예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죠
왜 쓸데없는 장난치냐고 남편이 눈을 흘겼지만 이미 주문은 받아 버렸고 어쩌겠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점심먹고 치우고 나서 열심히 김장을 했죠
한참 시간이 흘렀을까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는 거예요
전화벨도 화난듯이 울리는데 그땐 아차 싶었죠
안받고 있었더니 한참을 울리다가 끊긴 전화벨이 또 다시 요란스레 울리는데
그때까지 배고프게 기다렸을 아저씨를 생각하니 미안해 지는 거예요

그래서
"반점전화번호는 933-8266 입니다"하고 제말만 하고는 얼른 끊어 버렸어요
먹는걸로 장난친 게 되버렸으니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때는 직접적으로 사과를 못했지만
너무 죄송했다고 노래로 사과 드리고 싶네요

임종환..그냥 걸었어
이승철..그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