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권>프로야구가기다려집니다.
- 송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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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3-24 17:08
태영님.안녕하세요. 곧 프로야구가 시작인가봐요..
제가 어릴적좁은 집에 비만오면 새는처마에 마당만은 넓은 그런 한옥에 살았습니다.
그 때 스포츠 광이셨던 저희 아버님은 아주 지능적인 꾀병쟁이 셨습니다.
일요일이 되면 엄마는 나 혼자 어떻게 애들 4명을 다 처리해.
집에서 뒹굴지만 말고 당신도 도와....
주 6일 근무였던 그때 일요일은 아버님께는 유일한 휴식이었지만 거침없는
타잔 4명을 키우던 어머님도 호락호락 쉽게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밀린 솜이불도 밟게 하면서 집안 일을 도우라고 하셨는데 평소에도
가사일에 관한한 돈 터치 셨던 아버님은 화초에 물 하나 주는 것도 10분이 걸리실 정도셨죠
결국 어머님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저희들을 엄마로부터 해방시켜 주시겠다며
밖에 데리고 나가셨는데 항상 했던 종목이 야구 였습니다.
아버님이 엄마랑 데이트 하실때 주 이용 장소가 인근
시민 운동장 이었을만큼 아버님이 야구를 많이 좋아하셨던 건 사실이지만
일요일엔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셨습니다.
즉 일부러 저희들이 던진 볼에 한 대 맞으시고는 곧장 집으로 달려가 애들이
무지막지하게 빠르게 던진 볼에 맞았다고 엄살을 피우셨죠
너무 세게 맞아서 다리 근육이 마비된 것 같다면서 당장 119 구급차 부르라고
말씀하신 아버님은 엄마를 속이기 위한 행동도 절대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해도 멍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는 부상부위를 가리려고
커다란 파스를 3장이나 붙여놓고 계속 네 발로 기어서 움직이셨습니다.
엄마가 들어오시면 다 죽어가는 시늉하시고 엄마가 나가면 다시 번쩍 일어나셔서
tv와 음식을 여유있게 드셨던 아버님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너무 같은 엄살을 피우면 꼬리가 밟힌다며 종목을 축구로 바꿨을땐 너무 격렬하게
경기가 흐른 바람에 골 대신 골대를 헤딩했다며 이마에 얼음 올려놓고
엄살을 피우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제는 그런 아버님이 하늘에 계신데... 아직도 선친께서 가끔 엄마 앞에서 엄살을
부리시는것 같아 잔잔한 그리움이 밀려오네요.
참! 태영님은 야구가개막되면 또 시간 변경으로라도 만날수 있는건지 혹은 잠적 하시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