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 이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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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29 13:26
잔인한 4월,
비가 온 세상을 다 씻어내려는 듯, 쉼 없이 오래 동안 내리고 있습니다.
추잡하고 지저분한 어른들의 욕심과 탐욕도 빗물이 쓸어내리고,
진도에서 넘쳐나는 눈물도 빗물로 다 가져 가려나 봅니다.

창밖에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연신 문자 벨이 울립니다.
반가운 친구와 지인들의 축하 문자 사이사이에, 은행이나 쇼핑몰 등에서 의무적으로 오는
생일축하 문자도 섞여 있습니다.

이제는 20대처럼 생일이라고 해서 막 들뜨거나 왁자지껄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가 않네요.
그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 아침에 미역국을 먹는 그냥 오늘인 것 같습니다.

불혹(不惑)을 넘어선 나이, 세상 사람들은 불혹이면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나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아직 아닌가 봐요.
지금도 더 많이 가지고 싶고, 욕심을 부리고, 무엇인가 자꾸 채우고만 싶습니다.

생일을 맞이하면서, 또, 잔인한 4월의 현장을 보면서, 무엇이 옳고 바른지, 지금까지는 바르게 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나만의 길을 갈 것인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마음이 무거운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