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날씨
도시브랜드 사라진 대구..파워풀은 대구 정체성 아냐
공유하기
사회부 한현호
3h@tbc.co.kr
2022년 07월 28일

[앵커]
대구 시민들에게 친숙한 '컬러풀 대구'는
18년 동안 대구의 도시브랜드로 사용됐습니다.

3명의 시장 임기를 거쳐 국내 최장 도시브랜드로
자리를 굳힌 '컬러풀 대구'가 홍준표 시장 취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도시브랜드를 없애고 시정슬로건 '파워풀 대구'로
통합했기 때문인데, 시민 의견수렴도 없이
정체성과 일관성을 포기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TBC 집중취재 T타임,
오늘 만들고 내일은 사라질
대구의 또 다른 이름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한현호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DLP]
'아이러브뉴욕'

국내에도 친숙한 세계적인 도시브랜드입니다.

관광과 투자 분야에서 천문학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도시 뉴욕을 만든
이 브랜드는 40년 넘게 이어져 왔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브랜드는 뭘까요?

2004년 만들어져 18년 동안 이어진
대구의 '컬러풀 대구'가 그 중 하나입니다.

이제는 과거가 됐죠.

홍준표 시장 체제로 바뀐 뒤
도시브랜드 '컬러풀 대구'가 폐기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시정 슬로건인 '파워풀 대구'만 남았습니다.

시정슬로건은 지자체 시정목표를 나타내는 반면
도시브랜드는 도시가 지닌 역사와 문화,
사회적 특징 등 도시정체성을 담은 얼굴입니다.

서울의 '아이서울유', 대전의 '대전이즈유'도
모두 바뀌지만 도시브랜드 자체가 사라지는 건
대구가 유일합니다.

도시브랜드가 없는 대구, 현 시장 임기가 끝나면
대구는 또 다른 이름을 얻게 될 겁니다.

[기자 리포트]
대구 신천을 따라 각종 안내판 문구가
빨간색 글씨의 '파워풀 대구'로 바뀌었습니다.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
대구 전역 교통과 차량, 시설물에 대해
교체 작업이 한창입니다.

동대구역 광장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했던
대형 조형물 '컬러풀대구'도 곧 사라지게 됩니다.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조례로 정해 놓은 도시브랜드 규정이 삭제되면서
대구의 브랜드는 이제 시정 슬로건인
'파워풀 대구'가 유일합니다.

[cg]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시민들의 열정에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더해 대한민국 3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 들이는지 물어봤습니다.

[김수희 / 창원시민]
"요즘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정 없고 딱딱해요."

[김지원 / 대구시민]
"홍준표님이 시장 됐으니까 이제 홍준표
오리지널 컬러 느낌으로.."

[전희재/대구시민]
"딱 느껴지는게 빨간 대구.
국제적으로 되기는 어려워 보여요."

[배주미/대구시민]
"컬러풀 이렇게 돼 있는게 색깔을 다 의미하는 거라서 단색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박영순/대구시민]
"우리 대구가 그렇게 파워풀한가요?
대구가 뭐가 파워풀한지 조금 의문이 가는데요."

대부분 시민들은 대구의 더위와
홍준표 시장 정도를 연상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현재 이미지를 보고 대구시가 설명한 의미를
시각적으로 떠올리기 어렵다는 겁니다.

[김상학 /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장, 남서울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 교수]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대구 디자인은
너무나 준비없이 되어졌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바꾸게 되면 시민들이 신뢰도 하지
않을 뿐더러 아이덴티티 정립, 그러니까 포지션닝
시간이 필요한 부분인데 그 부분이 짧으면 호응을
얻기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시정슬로건인 '파워풀대구' 디자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 봤습니다.

대구시는 홍준표 당선인 시절 인수위로부터
디자인을 받았다며 색상과 디자인 등 어떤 의미로
누가 만들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이게 인수위 내부적으로 결정을 하신 걸로
저희가 전해듣긴 했는데 시의 예산이 집행되거나
이런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취재 결과 홍준표 당선인 인수위 출범식에서
현재 이미지가 처음 사용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긴 시간 시민들의 숙의 과정과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도시브랜드 '컬러풀 대구'와는 반대로
속전속결로 만들어진 겁니다.

지난 2019년 도시 브랜드를 교체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 시민선호도 조사에서
응답자 2천 5백여 명 가운데 75%가
'컬러풀 대구'를 압도적으로 선호해 유지됐습니다.

[이희복 /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파워풀은 포항에서도 쓰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같은 이름을 쓰는 거나 똑같은 거거든요. 브랜드는
차별화가 생명인데 차별화가 안되는 슬로건을
쓸 필요는 없죠. 모든 브랜드는 달라야 되는
것이거든요. 다르고 더 낫고."

시정과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통합하면서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일관성과 지속성을
잃어버린 것도 문제입니다.

임기가 끝나고 시장이 바뀔 때마다
'파워풀 대구'에서 또 다른 대구로
계속 갈아탈 수 밖에 없습니다.

[박상희 /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대구는
대구의 정체성을 담아 매력적으로 알릴 수 있게
개발되었는지 검토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전문가를 통해서 언어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완성도 높은 도시브랜드를 개발하고 일관성있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권과 시장이 바뀐다고 국가와 도시의
정체성까지 바뀌는 건 아닙니다.

시민공감대를 얻고 또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도시브랜드 개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TBC 한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김덕래)

■ 제보하기
▷ 전화 : 053-760-2000 / 010-9700-5656
▷ 이메일 : tbcjebo@tbc.co.kr
▷ 뉴스홈페이지 : www.tbc.co.kr

주요 뉴스

최신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