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권> 마지막 통화.
- 노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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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5-03 17:36
이 세상에서 '이별'이라는 단어가 가장 힘든것 같습니다.
작은 이별이든, 큰 이별이든, 잠시 이별이든 이별은 가슴아픈 단어인거 같습니다.
모든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봄의 옅은 잎처럼, 저에게도 이제 꿈을 키워가는 작은 어린 잎이 있었습니다.
4년전 부산에서 병원근무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여리고 여린 지은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하루는 병원 당직 근무를 서는 날 그 친구와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고 방글방글 웃는 그 친구 모습에
하루하루를 불평만 하던 제게 알수없는 따뜻함이 안겨져 왔었습니다.
그 후 저는 그 친구의 작은 파트너로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거진 매일을 그 친구와 함께 보냈습니다.
아픈 치료를 받으면서도 방글방글 웃던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아파하는 모습에 제가 눈물을 보일때면, 작디작은 손으로 저의 손을 꼭 잡아주는 그 모습이 어찌나 가슴아프던지요.
언제까지나 곁에서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득이 제가 병원일을 그만두고 대구로 이사를 오게 되었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점차적으로 그 아이에게 소원해지게 되었습니다.
매일같이 보던 아이의 모습을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 세달에 한번 꼴로 보게 되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하던 전화도 3일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미뤄지게 되더군요.
그러다, 하루는 그 아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언니야~ 너무 보고픈데, 언제와? 이번주에 와?'
'지은아~언니가 너무 지은이 보러 가고싶은데~ 미안해~다음주쯤에 갈수 있을꺼 같아'
'.....괜찮아~ 그래도 언니 오는거잖아~ 이번에는 꼭 와야돼~!'
그러고는 약속된 날에, 또 가지 못했었죠. 그러다가 3개월이 지났습니다.
대구 일들이 모두 정리되고, 어느정도 안정을 찾자 불연듯 지은이가 생각났었습니다.
다음주에는 기필코 지은이 보러 부산가겠다고 다짐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작은 인형과 향기나는 크레파스를 사두었습니다.
그리고 약속시간이 되기 3일전, 지은이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한통 왔었어요.
지은이가... 떠났다고 했습니다... 언니온다면서 일주일 전부터 한가득 스케치북에 언니 얼굴 그려놓고 기다리다 오늘 치료받다가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전해 듣자, 저의 모든 것들이 녹아 없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 죄책감을 어찌 해야할까요... 이 마음을 어찌 해야할까요...
지은이가..내곁을 떠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은아..
널 한번만이라도.. 더 안아서.. 따뜻함을 나눠주고 보냈으면..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지은아..
전화할때마다, 언제오냐고 물었으면서.
이번주에 간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지 지은아..
내가.. 이제 어쩌니..
어떻게 해야하니.. 벌써부터. 보고픈데..
지은이 인형 사려고 골라놨는데..
지은이 보고프면..
나.. 이제 어쩌니.....
미안해...
일찍 보러가지 못해서...
맨날 핑계만 대서..
사랑해..
사랑해 지은아...
이 세상에서 '이별'이라는 단어가 가장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