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임사부

  • 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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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03 11:27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친구와 함께 당일치기로 경상남도 남해에 놀러갔어요.

하루안에 여행지를 둘러보기로 해서 저희는 일찍 만나기로 했는데,
그래서인지...둘다 행색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화사하게 화장도 하고, 패션도 신경써서 나와야 하는데,
아침 일찍이라, 머리만 대충 감고 부은 얼굴로 화장도 못하고 나왔지요.
거기다, 날씨가 추워져서 옷차림도 두꺼운 점퍼 차림이었구요.
그래도 저는 친구의 행색이 저와 같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여행지인 남해로 출발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여행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저희는 남해로 향했습니다.
남해 바다를 본 저희는 예술촌을 둘러보러 갔는데, 거기서
저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예술촌의 그림같은 작품이 아니라...
한 여인이었습니다.

그 여인은 한눈에 보기에도 럭셔리해 보이는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긴 생머리에 진한 메이크업을 했더군요.
근데, 저희가 놀란 건...그녀가 코트를 벗은 다음부터였습니다.
그녀가 코트를 벗자, 막달인듯한 남산만한 배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임산부였습니다.
그것도 거의 막달인 듯...배가 많이, 아주 많이 불렀습니다.

임산부인 그녀는 코트를 벗자, 반짝반짝거리는 스팽글이 촘촘히 달린
원피스를 입고 있었어요.
반짝이는 스팽글때문인지, 그녀의 남산만한 배는 더더욱 강조되어
보였어요.
그리고, 그녀가 코트를 벗자마자, 그녀의 남편이 즉각 부인이 벗은
코트를 받아들더라구요.
그녀의 남편은...그 전까진 첫째 아이로 보이는 딸아이와 열심히 놀아주고 있었거든요.

그녀는 반짝이는 스팽글 원피스를 입고서, 허리에 손을 집고는 천천히 걸으며
작품들을 감상하더군요.
도도하면서도 세련된 그녀의 모습을 옆에서 흘끔거리던 저희들은 둘다 작품 감상은
뒷전이고, 임산부를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메이크업이랑 패션, 그리고 남편을 대하는 태도(?) 등등을 유심히 관찰했죠.

그렇게 예술촌에서 그녀를 한참 관찰하다 나온 저희들은 밖에 나와서도
좀전에 본 임산부 얘기를 했죠.
\"대단한 자신감이지? 막달인데도 스팽글 원피스 입구?\",
\"메이크업은 또 어떻디? 완전 연예인들 스모키 화장보다 더 진하던데?\"
...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저희들은 둘다 \"근데, 남편이 부인을 엄청 떠받들더라...에휴~\"하며
부러움으로 이야기의 마무리를 했습니다.

30대 싱글인 저희들은 완전 생활에 찌든 것처럼 화장도 안하고,
옷차림도 후줄근하게 여행에 왔는데,
둘째(?) 아이를 가진 막달인 임산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며서 오다니...
참많이 비교가 되더라구요.

아무튼, 그날 남해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꾸며서 온...임산부였습니다...
그리구, 저랑 제 친구는 그 임산부를 보며...
앞으론 생활에 찌들려도 예쁘게 꾸미고 살자며...다짐했습니다.

신청곡은 이지연의 찬바람이 불면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