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언니차타고 대구에 간 적이 있습니다.

  • 김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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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27 15:48
예전에 언니차타고 대구에 간 적이 있어요.  언니가 조그만 승용차를 갖고 있었거든요.  
그 때 제가 백내장 수술을 하고 집에서 우울하게 있었을 땐데, 언니가 답답하게 집에만 있지말고 나와 같이
바람쐬러 대구에 내려가자고 해서 같이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대구..멋지던데요. 세련됬고요.  대구아가씨들도 참 예쁘시더라고요.
대구 동성로도 구경했습니다.

저만 보면 끔찍하게 아꼈던 언니! 언니는 논산에서 살았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논산으로 내려가면 그렇게 좋아했고 언니 연세도 있으신데 논산역으로 마중나오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제 말을 안 듣고 저를 마중하러 나왔죠.
작년 여름,언니가 논산역 앞에 있는 냉면집에 저를 데리고 가,물냉면을 사줬습니다.
그 때 우리 언니의 이마에는 주름이 너무 많이 깊이 패여서 저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죠.
언니가 왜 우냐고 그래서,우리 언니 평생 고생만 해서 그런가 눈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이마에
주름살 패인 거 보라고.. 언니는 \'늙으면 다 그래.. 너도 내 나이 먹어봐!
늙으면 이마며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게 당연한 건데.. 새삼스럽게.. 얘는..\'
그래도 울 언니 너무 안쓰러워서 그러지... 제가 눈물을 글썽거리니까 우리 언니가 손수건을 건네줬습니다.
그 손수건을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언니 평생 알로에화장품에서 일하시다가 정년퇴직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외로움을 많이 타셨어요.  제가 한달에 두 세번정도 내려갔는데,그때마다 세상을 다 얻는 것처럼
좋아했고,논산에서 아예 나와 같이 살자고 했어요.
그 때 빈말이라도 \'그러지.. 뭐.. 언니 부탁인데.. 내가 백번이고 천번이고 들어주지..\'
이렇게 말을 했어야 되는건데.  매정하게 \'언니! 나도 서울에서 내 생활이 있잖아. 우리집 아저씨 밥도
차려드려야 되.\'  이렇게 말하니까 언니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언니가 서운해하던 그 표정과 눈빛은 결코 잊을수가 없습니다.
언니가 언젠가,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돈을 붙여주기는 했어요. 단 돈 삼만원밖에 못 붙여줬습니다.  
저도 사는 게 팍팍했거든요.  언니가 네가 붙여준 삼만원 잘 썼다고 그렇게 고마워했어요.  
저는 친자매끼리 무슨 언니 그런 소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내가 넉넉하게 잘살면 백만원 붙여드리고 싶지.
나도 지금 사는 게 넉넉치 못하고 말이 아니라서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해. 언니!  

우리 언니는 작년 12월달에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 언니가 지금도 너무나 보고 싶고,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내요.  한 동안 언니를 잃은 슬픔에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언니!  이제는 이 세상 모든 근심,걱정,슬픔 다 잊고 편히 쉬여.
내 나중에 언니몫까지 백살까지 살다가 언니곁으로 갈께.   그 때까지 하늘에서 나를 지켜줘!
부족한 사람의 사연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제 사연글이 방송에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있는 우리 언니가 무척이나 많이 기뻐할 겁니다.